1. 디지털 유산의 법적 개념 정의 – ‘소유’ 아닌 ‘이용권’인 자산
법률 전문가들이 디지털 유산 설계를 상담할 때 가장 먼저 짚는 것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우리가 흔히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메일 계정, SNS, 클라우드 저장소, 온라인 플랫폼 로그인 정보 등은 실제로는 소유권보다는 ‘서비스 이용권’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플랫폼(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이용약관에 따라 계정은 사용자의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권한 하에 있는 ‘사용 권한’**으로 규정된다. 즉, 사망자가 유족에게 계정을 남겼다 하더라도, 해당 플랫폼 약관에 의해 상속 또는 계정 이전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법적 상속의 범주에서도 디지털 자산이 모호한 회색지대에 놓이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디지털 유산 설계를 할 때 각 자산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별도로 구성할 것을 강조한다. ‘이용권 자산’은 서비스 내 사후 설정 기능(Inactive Account Manager 등)을 통해 처리하고, ‘실질 소유권이 인정되는 자산(암호화폐, 콘텐츠 수익, NFT 등)’은 유언장에 포함하거나 공증 처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디지털 유산은 단일 개념이 아닌, 법적 지위에 따라 분류 가능한 자산군임을 인지하는 것이 설계의 출발점이다.
2. 유언장 작성 시 유의사항 – 디지털 자산은 별도 항목으로 기재
법률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이 물리적 자산처럼 명확한 형태를 갖지 않는 만큼, 일반 유언장 작성 시 별도로 디지털 항목을 구분하여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현행 민법상 유언장은 자필, 녹음, 공정증서 등 다양한 형태로 작성할 수 있으나, 디지털 자산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접근 정보와 처리 의사를 문서에 포함해야만 실질적인 상속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내 SNS 계정을 딸에게 넘긴다”고 쓸 것이 아니라,
- 계정 종류와 플랫폼
- 로그인 주소 및 사용자 ID
- 2단계 인증 방식
- 비밀번호 보관 위치(예: 패스워드 관리자, 종이 문서 등)
- 해당 계정에서 처리할 행위(삭제, 보존, 전달 등)
이와 같은 정보를 함께 작성해야만 유족이 실제 접근과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법적으로는 유언장 내의 정보만으로는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우선할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 내 사후 설정 기능과 병행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또한 변호사들은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할 때 공증 또는 영상 기록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향후 가족 간 분쟁 방지, 고인의 의사 확인, 정보 위·변조 방지를 위한 장치이며,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정보 전달이 유산의 본질’이 되기 때문에 정리 문서의 정합성과 투명성이 핵심 요소가 된다.
즉, 일반 유언장보다 디지털 유언장은 정확성, 세부성, 실행 가능성을 갖춘 기술적 문서로 접근해야 한다.
3. 계정 접근과 사후 전달 절차 – 법적 권한과 인증이 핵심
많은 유족들이 디지털 유산을 실제로 상속받으려 할 때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장벽은 계정 접근 제한과 인증 절차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절차의 핵심 요소로 **‘법적 권한 증빙’과 ‘서비스별 요구 문서’**를 꼽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서비스는 유족이 접근을 요청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서를 요구한다:
- 사망진단서
- 가족관계증명서
- 고인의 신분증 사본
- 상속권자 확인 문서(유언장 또는 상속인 동의서)
- 법원의 명령서 또는 공증된 위임장
이처럼 플랫폼에 따라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변호사들은 사망 전 미리 사후 접근자(legacy contact)를 등록해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 애플의 Digital Legacy, 페이스북의 계정 관리자 지정 기능 등을 통해 생전 의사와 수신자를 명확히 설정해 두면 법적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암호화폐나 NFT처럼 비밀번호나 개인 키가 유일한 인증 수단인 자산의 경우, 해당 정보가 누락되면 법적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하므로, 복호화 키, 시드 문구 등을 별도 보관하거나 유언장에 기재해야 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특히 강조한다.
법률적으로는 상속이 인정되더라도, 기술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면 실질적 상속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4. 분쟁 예방과 가족 커뮤니케이션 – 생전 공유가 가장 강력한 유언
디지털 유산 설계에서 법률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조언은 “생전에 가족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법적으로 정리된 유언장이 존재해도, 가족 간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오해가 생기면 분쟁과 감정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적 효력을 가진 유언장보다도, 고인의 의사를 직접 설명하고 공유한 말 한마디가 분쟁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SNS 계정을 보존할지 삭제할지, 유튜브 채널 수익은 누구에게 갈 것인지, 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공유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를 생전에 가족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리 방향이 명확해진다.
또한 유족에게 접근 정보를 일부 공유하거나, 문서화된 자료의 보관 위치를 알려주는 행위 자체가 유언 이상의 실효성을 가지게 된다.
변호사들은 특히 디지털 자산이 정서적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얽힌 민감한 주제인 만큼, 생전 정리의 핵심은 정보 공유보다 ‘의사소통의 신뢰 확보’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디지털 유산 솔루션(GoodTrust, Definery 등)을 활용하거나, 변호사와 함께 생전 정리 상담을 받는 것도 권장되는 방법이다.
결국, 법률은 보호 장치일 뿐이고, 디지털 유산의 진정한 설계는 고인의 의지가 반영된 대화와 문서화된 구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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