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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관리

온라인 게임 계정과 아이템 – 상속 가능한 자산인가?

온라인 게임 계정과 아이템 – 상속 가능한 자산인가?

온라인 게임 계정과 아이템 – 상속 가능한 자산인가?

 

 

1. 온라인 게임 계정의 가치 – 현실을 반영하는 디지털 자산

오늘날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취미나 오락의 수준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하나의 가상 자산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MMORPG, 모바일 게임, 전략 게임 등에서 플레이어가 수년간 투자한 계정과 아이템은 실질적인 금전적 가치와 시간의 축적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수백만 원의 과금을 통해 강화된 장비, 유료 아이템, 고레벨 캐릭터, 희귀한 탈것이나 코스튬 등은 현실 화폐로도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게임 계정 전문 거래 사이트에서는 고레벨 계정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 게임 아이템은 NFT처럼 희소성과 소유권 개념까지 결합되어 높은 시장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웹3 게임에서는 아이템 소유권을 명시적으로 사용자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실제 자산으로의 인식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이처럼 고가의 게임 자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의 게임 계정이나 아이템을 가족이 상속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유족이 해당 계정에 접근하거나, 아이템을 회수하는 데 있어 다양한 장벽에 부딪히며, 대부분의 게임사가 별도의 사후 처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는 게임 자산이 실제로는 유산이지만, 법적으로는 ‘유산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게임 계정 상속의 법적 한계 – 이용약관과 민법의 충돌

온라인 게임의 계정과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직접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획득한 결과물이지만, 대부분의 게임사는 해당 계정이 사용자 개인의 소유가 아닌 ‘서비스 이용권’이라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즉, 게임사는 유저에게 계정을 임대해주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일 뿐, 법적으로는 게임사가 해당 자산의 최종 소유권을 가진다는 구조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게임 서비스 이용약관에는 “계정 및 콘텐츠는 회사의 소유이며, 사용자는 이를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사망자의 계정이라 하더라도, 해당 서비스 약관상으로는 유족에게 소유권 이전이나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유족이 고인의 게임 자산을 회수하려 해도, 법원 판결, 본인 인증, 사망 확인 서류, 유언장 등 다수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게임사는 응답하지 않거나 요청을 거절한다.

또한 민법상 상속 가능한 자산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게임 아이템과 계정은 현행법상 명시된 자산 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온라인 게임 자산은 법적으로도, 실제 상속 행위에서도 방치되거나 무시되기 쉬운 사각지대에 있다. 이처럼 서비스 이용약관과 민법의 해석이 충돌하면서, 상속권의 보호와 사유 재산권 보장의 측면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3. 해외 사례 및 정책 변화 – NFT·블록체인이 가져온 전환점

전통적인 게임 산업에서는 계정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지만, 최근에는 NFT와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으로 게임 자산의 법적 지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는 유저가 직접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NFT로 발행받아 자산의 명의자이자 소유권자가 되기 때문에, 이를 일반 자산처럼 상속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예를 들어, Axie Infinity, Decentraland, The Sandbox와 같은 NFT 게임에서는 유저가 보유한 아이템이나 토큰을 가상화폐 지갑에 저장하고, 사망 시 개인 키나 상속 계약을 통해 지갑 소유권 자체를 이전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 경우 게임 자산은 단순한 ‘이용권’이 아니라, 법적으로 상속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디지털 자산 상속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암호화폐, NFT, 가상 계정에 대한 상속권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마련 중이며, 일본 역시 게임 및 메타버스 자산의 상속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제도를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의 범위가 확대되며, 게임 아이템과 NFT 자산에 대한 상속권 인정 가능성이 점차 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게임사 중심의 폐쇄적 약관 구조와 제도적 미비가 병존하고 있어, 본격적인 상속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률·산업·소비자 권리 보호 3요소의 조화로운 개선이 필수적이다.


4. 상속 가능한 게임 자산 관리 전략 – 생전 설계와 권리 인식의 시작

게임 계정과 아이템이 유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상속 설계와 법적 대비가 필요하다. 첫째, 사용자는 자신의 주요 게임 계정에 대한 목록을 정리하고, 게임명, 계정명, 이메일 주소, 로그인 정보, 연동 플랫폼 등을 문서화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디지털 자산 목록과 함께 유언장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암호화된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다.

둘째, 거래가 가능한 게임 자산(NFT, 암호화폐 기반 아이템 등)은 지갑 주소와 개인 키, 복구 문구 등 필수 정보를 상속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게임 자산을 유산 목록에 명시하고, 상속세나 법적 분쟁에 대비한 문서화가 필요하다.

셋째, 일부 게임은 고객센터나 계정 보호 센터를 통해 사후 계정 처리 신청이 가능하므로, 해당 게임의 이용약관과 정책을 생전에 확인하고, 가족과 공유해두는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추후를 대비해 고인 계정의 ‘추모 계정 전환’, ‘삭제 요청’, ‘데이터 전달 요청’ 등의 절차도 미리 검토해두면 유족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자산 역시 보호받아야 할 디지털 유산이라는 사회적 인식이다. 이는 단순한 오락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의 시간, 노력, 감정,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담은 하나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이를 상속 가능한 자산으로 정리하고,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인식과 실천을 함께 바꾸어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