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클라우드와 사망자의 정보] 디지털 자산이 된 애플 계정
애플 아이클라우드(iCloud)는 사용자의 사진, 문서, 메일, 메모, 연락처, 일정 등 다양한 개인 데이터를 클라우드 상에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저장된 정보 대부분이 iCloud에 자동 연동되므로, 그 안에는 개인의 일상과 추억,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디지털 자산으로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이 iCloud 계정에 저장된 자료는 어떻게 되는가? 단순히 한 명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닌, 사망이라는 상황에서는 가족이 고인의 사진을 보고 싶어 하거나, 중요한 문서를 찾기 위해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클라우드 계정은 기억과 정서, 그리고 정보적 가치를 지닌 디지털 유산으로서 새로운 법적 지위를 요구하게 된다.
2. [애플의 정책] 개인 정보 보호 원칙과 상속의 충돌
애플은 전통적으로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이다. 이는 살아있는 사용자뿐 아니라 사망자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애플의 기존 정책에 따르면, 사용자가 사망하였더라도 명확한 법적 절차와 증빙 없이는 iCloud 계정 접근 권한을 타인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심지어 유족이 사망자의 사망 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의 명령서 등을 제출하더라도 애플 측에서 계정 접근을 차단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는 사생활 침해, 데이터 위조, 악용 가능성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동시에 유족의 권리와 정서적 연결을 단절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애플의 강력한 보호 정책은 사망 이후 디지털 유산의 상속 가능성과 충돌하게 된다.
3. [디지털 유산 접속 권한] Apple Legacy Contact 기능의 등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2021년 iOS 15.2 업데이트를 통해 Legacy Contact(디지털 유산 연락처)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생전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사망 시 iCloud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연락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용자는 최대 5명까지 Legacy Contact를 지정할 수 있으며, 해당 연락처는 사망 후 애플에 ‘접근 키(access key)’와 함께 사망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고인의 Apple ID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존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사망 이후의 디지털 자산 관리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볼 수 있다. 단, 이 기능은 사용자가 생전에 직접 설정해야만 유효하므로, 사후에 유족이 자발적으로 요청한다고 해서 접근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4. [법적 관점과 한계] 상속 가능한가 vs 권한 위임인가
한국 법상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상속 규정은 아직 미비하다. 특히 애플 계정처럼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저장된 디지털 자산의 상속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원칙적으로 iCloud에 저장된 콘텐츠는 사망자의 ‘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접근 권한은 서비스 약관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즉, 사망자의 사진, 문서, 메일 등은 가족의 유산일 수 있으나, 애플은 서비스 계약자(즉, 본인)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접근 권한을 넘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상속’의 문제가 아닌 ‘권한 위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족이 해당 계정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애플은 법원의 명령 또는 Legacy Contact 지정을 통한 사전 승인 없이는 계정을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의 정책은 글로벌 기준의 개인정보 보호와 한국 내 상속 인식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5. [미래 대비 전략] 생전 설정이 디지털 유산을 지킨다
결론적으로, 애플 iCloud 계정은 사망 시 일반적인 물리적 자산처럼 자동으로 상속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 스스로가 생전에 디지털 유산 관리 준비를 해둔다면, 유족은 고인의 추억과 정보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비 방법은 바로 Legacy Contact 등록이다.
또한, 사용자는 중요한 사진이나 문서 등을 iCloud 외의 저장 장치에 백업하거나, 사적인 정보가 포함된 파일에 대해 별도 삭제 일정을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디지털 자산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누구에게 남길 것인지에 대한 의사 표현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법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언장을 통해 특정 계정과 자산에 대한 권리 이전을 명확히 해두는 것도 유효하다.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단지 ‘이별’이 아니라, 정보와 기억을 안전하게 이어주는 사전 설계의 문제다. 아이클라우드 계정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고민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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